필자는 1960년대에 태어나 1980년대에 대학을 다녔던 이른바 386세대다. 1980년 5월 광주의 비극을 외국잡지를 통해 접하고 피가 거꾸로 솟았던 고교 3학년 시절, 대학 갈 것을 포기할 각오로 고등학생 시위를 기획하고 준비했었다. 그러나 계엄령이 전국으로 확대돼 준비했던 ‘거사’는 무위로 그치고 말았다.이후 이듬해인 1981년에 연세대 경제학과에 입학했다. 그러나 대학 캠퍼스는 청춘과 낭만을 만끽할 수 있는 곳이 아니었다. 학내에 사복경찰이 상주하는 등 캠퍼스에는 1980년 광주의 잿빛이 드리워져 있었다. 이런 시대 분위기에
이웃 나라 일본이 난리다. 인간의 힘으로는 도저히 어떻게 해보기 힘든 대재앙 앞에 전세계가 발을 동동 구르고 있다. 수천 년 인류가 피땀 흘려 쌓아온 문명의 진보가 그저 초라할 뿐이다. 그러나 그 아비규환(阿鼻叫喚)의 와중에서도 일본인들이 보여주는 절제와 질서의식은 인류정신의 진화가 어디까지 가능한가에 대한 신비감을 안겨주고 있다.“한반도에서 태어나서 좋았다”는 말이 떠돌고 있다. 일본 덕분에 우리는 안전하다는 ‘일본열도 병풍론’도 입소문을 타고 있다. 지지리도 못난 나라에서 태어나 고생한다는 푸념과 한탄이 바로 엊그제 일이었다는